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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이름은 애색희였고, 그 친구들은 그색희들이었다. Episode1. (커버이미지)
    [문학]내 이름은 애색희였고, 그 친구들은 그색희들이었다. Episode1.
    • 장용호,이상호
    • 유페이퍼
    • 201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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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친구 노무현 (커버이미지)
    [문학]내 친구 노무현
    • 김수경 지음
    • 한길사
    • 2015-10-11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모든 진실한 것들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밟고서만 오는 법이었다.”-작가 김수경미당 서정주의 추천을 받아 시인으로 등단한 작가 김수경, 계간 <외국문학>, 월간 <문학정신>의 발행인 겸 편집인이자, 도서출판 열음사 대표이며, 우리들병원의 설립인이자 경영인으로 알려진 김수경. 그러나 무엇보다“그녀 김수경”은 노무현이 아직 대통령으로서 공적 생활을 하지 않았던 시기에 노무현 옆에서 그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들었던 노무현의 친구다. 1990년대 초 김정길(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소개로 만나게 된 노무현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애당초 그의 정치적 신념이 그 실천의지가 진심일까 하는 의심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진심일지도 모른다는 호기심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궁극적으로 그의 뜻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노무현은 그녀의 친구이자, 우리 5천만 국민에게는 공동의 아픈 기억으로, 늘 잊히지 않는 사람, 부재함으로써 늘 현존하는 사람, 늘 그리운 사람이다. 스스로를 추방시켰기에 추방되지 않는 자, 스스로를 추락시켰기에 추락되지 않는 자, 우리 시대 극도의 모순과 부조리를 스스로의‘이론의 여지없는 부서짐’으로, 형언하기 힘든 ‘추상’으로 압축해버린 비극의 원형. 노무현은 우리가 가장 대면하기 힘든 진실, 그러나 대면하지 않을 수 없는 진실이 되어버렸다. <내 친구 노무현>은 기존의 노무현 평전이나 그의 행적과 활동에 바탕을 둔 사실 및 기록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과 장르의 작품이다. 우리 동시대인 누구나 기억하는 공동의 기억이자, 가장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소재 노무현을 쓰는 데 있어 작가 김수경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가능한 글의 형식을 찾는 것이었다. 가장 사적이고 가장 내밀한 이야기가 글쓰기, 출판이라는 사건을 통해 공론의 장에서 담론될 것이다. 은폐함으로써 폭로하고, 상상함으로써 실재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진실을 계시하기 위한 가장 담대하고 진지한 행위가‘놀이’처럼 진행될 것이다. 노무현 개인의 삶이 환기되고, 우연과 필연으로 교차된 노무현과 김수경의 삶이 직조될 것이다. 실재건 상상이건, 기억의 시퀀스건, 몽타주건, 그들의 이야기가 텍스트로 물화되는 순간, 타자의 수많은 독해가 이루어질 것이다. 두려움? 노무현의 죽음 이후 노무현에 대한 글쓰기는 작가 김수경 안에서 이미 운명적으로 배태되었을 수 있다. 글쓰기가 기획되고, 출판사의 원고 독려가 연일 진행되면서 그녀를 괴롭힌 것은“폭포수처럼 배란되는”기억들, 그리고 그 기억들과 함께 수반되는“노무현 글쓰기”의 부질없음이었다. “기억한다는 것은 아니 쓴다는 일은 가장 잔혹하고 끔찍한 일인지도 몰라. 그런데 그녀마저도 이 세상에다 그를 상품으로 내놓으려 하다니!그들 사이에 나눈 이런 사적인 대화를 기록하려 하다니!” 그러나“수많은 단어와 절로 이루어진 자식들을 세상 밖으로 내지르고 싶은 산욕”은 걷잡을 수 없었다. 노무현의 순진무구함, 노무현의 솔직함이“자신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문화 아니 헛된 교양”을 통해 왜곡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수시로 찾아왔다. 그녀의 글쓰기는 좌초한다. 글쓰기의 불능성 속에서 작가 김수경은 방황하고 좌절한다. 그러나 친구 노무현에게 그녀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묘비는 결국 글쓰기밖에 없었다. 노무현의 49재를 보내고, 그의 5주기를 보낼 때까지도 강렬하게 느끼지 못했던 그의 죽음을, 그의 부재를, 산욕에 들떠 글자를“두드려나갔던”,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세상이라곤 컴퓨터 화면 속 문자 일루전Illusion이 전부였던 지난 몇 달 간의 집필 기간에야 비로소 온몸으로 절감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평전? 실명 소설? 기존의 도식적 장르 개념에 김수경은 무심하다. 그런데 또 늘 장르가 문제였다. “그런데 언제나 장르가 문제였다. 그건 말이야. 목욕탕 입구에서 여탕과 남탕이 갈라지는 것처럼 명확한 게 아니란 말이지. 진실과 사실 사이에서, 상상과 실재 사이에서, 노출과 은폐 사이에서. 모든 사이의 공란에서. 그녀가 쓰려는 글을 시나리오라고 불러야 하나 소설이라고 불러야 하나, 혹은 다큐멘터리라고 불러야 할지, 회고록이라고 불러야 할지, 판타지라고 불러야 할지, 환영이라고 불러야 할지.”작가 김수경은 실재와 허구라는 이분법을 농락하듯 두 세계를 혼융하고 압축하고 입체화한다. 독자는 그 입체 속에 기이하게 빨려 들어간다. 내레이션은 시간 순차적 서사를 무시하며, 기억이 출몰하는 대로, 공간이 이동하는 대로 자유롭게 유영한다. 글은 쓰여지면 쓰여지는 대로, 쓰여지지 않으면 쓰여지지 않는 대로 쓰여진다. Mise-en-ecriture. 글쓰기 자체의 장면화. 혹은 노면露面 설계. 소설 속 주인공“그녀 김수경”은 작가 김수경이 이동하는 대로 따라온다. 소설적 현재란 없으며 오로지 글쓰는 현재, 글이 탄생하는 현재만이 있을 뿐이다. 작가는 글쓰기 장면 자체를 노출하는 미장센을 일부러, 호기롭게, 구사한다. 완전한 나체, 철저하게 진실한 솔직함만이 소설적 진실을 태생시킨다고 작가는 믿는 듯하다. 제사題辭: 글의 내용 설명을 위해 명구를 첫머리에 인용하다.<내 친구 노무현>을 인도하는 첫 번째 제사는 카잔차키스의 단언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에,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기에, 그래서 자유로운 자, 작가 김수경이 글을 쓸 수 있었던 다짐은 카잔차키스의 이 빛을 발하는 고뇌, 끓어오르는 초월적 활력 그 비슷한 것이지 않았을까? 또한 그녀가 인간 노무현에게서 본 진실이 바로 이 진실이었다. “그의 존재 자체가 내겐 경이였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꿀 수 없었던 꿈을 꾸게 만들었다. 마음 한구석에 처박아놓았던 열정에 불을 지필 수 있게 했다. 효용의 가치뿐인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어쩌면 무용한 자들의 현현한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세상을 떠났다. 이 세상에 태어나 그토록 거짓 없는 영혼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나의 행운이었다. 그의 친구였던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나는 마음으로 그 우정에 응답했고 도리를 다하려 했다. 그 또한 그랬다는 것이 고맙다.” 작가가 계시하고 싶은 진실은 또 있다. 드러내놓고 주장하지 않으나 분명히, 단호하게 말하는 진실. 그것은 노무현이라는 먹이를 포획하기 위해 그의 주위에서부터 서서히 그를 포위해가는 기이한‘사냥감 몰이’시스템이다. 이 궁극적 사냥감과 더불어 그녀 자신이 포함된, 뭇 “추방당하는 자”들에게 꽂힌 공권력의 비수,“닌자의 칼”. 1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7개의 장으로 구성된 <내 친구 노무현>은‘차례’라는 말도 과감히 생략하는 비도식의 플랜plan을 짰다. 각 장은 하나로 요약할 수 없는 파편 같은 숱한 일화와 장면들로 몽타주 montage되지만, 결국 하나의 결정적 장면, 결정적 생生이다. 심장을 쪼개듯 아프게 환기되는 기억처럼 노무현의 육성이 들려온다.“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그녀가 세무조사를 받기 시작했을 때, 그는 전화해왔다. 그녀는“수천 가지를 원망하고 싶었지만 모든 것을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말을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노무현도 1, 2분이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한참을 말없이 침묵했다.1, 2분간의 침묵의 공간이 우주만큼 넓고 깊었다. 그 침묵의 끝자락에서 노무현이 말했다.“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이 장은 작가가 수차례 고쳐 쓰기를 거듭했던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바로‘그날’의 이야기다. 모멘텀. 봉하의 부엉이바위에서 그가 낙하하던 날, 산산이 부서지던 날… 거대한 충격과 애도의 물결 속. 실명들이 환기되며, 우리 모두를 그날 과거의 현재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의 두 눈이 유리창 건너편에서 그녀를 따뜻하게 다독이고 있었다. 맞아. 일종의 파수꾼 같아.”(안희정) “그녀는 한순간 옆자리에 앉은 유시민의 눈알 속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의 두 눈은 울어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유시민) 그리고“어떤 죽음의 형식도 죽음에 대한 해석도 슬픔을 넘어서지 못하는”계속해서 이상하게 터져나오는 오열. 2 Metaphysical Requiems ― 신해철에게 작가는 이 장을 쓸 때만 해도 신해철과 통화했다. 그리고 책이 출간될 무렵, 시독회 모임을 알리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받지 않는 전화. 신해철의 부재가 확정적 사실이 된 것은, 작가가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퇴고하고 있을 때였다. 신해철의 음악에 영감 받아 헌사된 Metaphysical Requiems 장은, 하여, 다시 한 번 미묘하게 수정되고 보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신해철의 고통이 전해져왔다. 그녀는 그 고통을 맨살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폭음과 발작을, 그가 노무현의 죽음에 대해 가졌던 절망적 교향곡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고조되었고 증폭되었고 또 한없이 가라앉기도 했다. 그리고 찢어졌다.” 노무현의 부재가 불러온 기억의 출몰과 함께 늘 노무현을 노트북에, 아이패드에 연일 채워가던 중, 작가 김수경은 중국에서 노무현 5주기를 맞는다. 숲을 산책한다. 그를 추모한다. 레퀴엠을 듣는다. 신해철을 듣는다. 죽음의 이미지가 숲 속에 차오른다. 노무현의 죽음으로부터 모든 정치적 담론을 걷어내고 싶은 알 수 없는 충동에 휩싸인다. 가장 고통스러운 애도, 새벽 숲의 황홀한 심포니. 승효상의 노무현 곡장. 붉은 암적색의 코르텐스틸. 내부의 철을 영구적으로 보호하는 철재.“노무현을 불멸의 반석 위로 올려놓을 철벽.” “승효상은 노무현의 철학, 노무현의 가치란 말을 할 때는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띄어 말했다.” 그녀 김수경은 승효상이 노무현에 대해 정의 내린“자발적 추방인”이라는 표현을 환기한다. 병원 원장“마누라”로 살아가던 그녀 김수경이 노무현을 운명적으로 처음 만난 부산 서면 로터리 1987년 6월 18일, 그 모멘텀. 가장 눈부신 하이라이트, 환각이든, 신열이든. “그녀의 눈에는 그들 모두가 그 순간에는 스파르타쿠스였고, 체 게바라처럼 개개인의 존재가 황홀하게 빛났단 말이지. 그들 시위대의 맨 앞 중앙에 노무현이 서 있었다. 마주친 순간은 극히 짧았다. 짧은 순간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이해와 수용. 그녀는 순교자처럼 거리에 서서 포효하고 있는 사내가 노무현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3 올모스트 블루 작가 김수경은 노무현을 쓰면서 또다시 베네치아를 여행한다. 부득이한 여행, 그러나 베네치아는 얄궂게도 죽은 자들을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침묵의 무한 공간 베네치아에서 그녀는 물 위에 떠 있는 무덤들을 환유해낸다. 추방당한 자들, 한없이 내쫓기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끝간 데서 찬연히 낙하한 자들. 그녀 김수경은 노무현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고, 하로동선 모임을, 잃어버린 세대를 추억한다. 정치적 낭인들이 뭉쳐 의기투합했던 시절, 상실의 시대, 쓸쓸하고도 씁쓸한 희비극, 자조와 농담 자욱한 블랙유머, 기이한 정치 삽화. 김영삼이 주도했던 3당 합당의 진실, 그 이면의 폭로. 정치론적 통찰. 전광석화처럼 떠오르는 상은 때론 한 줄의 명사구로 불쑥 귀결된다. 그것은 절제된, 그러나 촌철살인 하는 명구다. 방향타를 잃은 듯 자유자재로 흐르던 이미지들은, 단어들은 범람하는 지점에서 얼른 숨을 고르고 절제된다. 억누른 고통, 억누른 감성, 명징한 인식, 담대하고‘뻔뻔하게’지적하고, 경쾌하게 차가운 미소를‘날리며’사라지는 그녀. 행간 속 침묵. 독자는 공모의 미소를 입가에 띤다. YS를 유일하게 따라가지 않은 김정길, 그리고 노무현, 정치가街의 한 야사野史가 시대의 희비극처럼. 촌극처럼 삽입된다. 4 저는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노무현과 김수경은 마광수 사건과 우리들병원 치료비 사건으로 얽히고, 그들의 인생은 사적으로 공적으로 교직된다. “개울물이 어디선가 서로 섞이듯이 그들은 자연스럽게 사적으로 공적으로 운명적으로 인생이 섞여들게 되었다.” 노무현은 청문회 스타로 불렸던 순간부터“타자를 통해 자신을 보고 자신을 정의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되었다. 김수경은 1996년 12월 마침내 노무현에게서“저는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고백을 듣는다. 마치 오랜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듯이 얼굴이 목까지 새빨개지며 그가 말했었다. 그런데 이 결심의 밑바닥에는 그가 중학교 입학금이 없어 담임선생님에게 다짜고짜 싸대기를 맞은 어린 시절의 상처가 깊이 패어 있었다. 불의不義에 대한 천성적 분노.5 뉴스 혹은 소설“나와 노무현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나?”이것이 한동안 작가를 괴롭혔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묻는다. 노무현하고 무슨 관계예요? 친구입니다. 아! 후원자시로군요. 어떻게 당신 같은 부르주아가 노무현의 친구일 수 있지요? 부르주아도 한때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랑스런 국민이었답니다.” 노무현과 김수경의 관계에 대한 스스로의 탐구 속에 편입되는 그저 지나가는 투의 환기, 그러나 또렷한 영상. 발터 벤야민의 무덤. 그리고 친구 벤야민의 무덤을 찾으러 떠난 한나 아렌트. 그러나 찾지 못한. 노무현이 그녀에게 문학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면 어떻게? “노무현과 나는 그렇게 서로를 알아봤어.인생에 대해서정치에 대해서문학에 대해서영화에 대해서동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참 이상하지?” 그녀는 영화 ?변호인?이 개봉되기 전 감독 K와 이미 구상했던 노무현에 관한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고백한다. 처음에는 <내 친구 노무현>이라는 이 예기치 않은 소설을 쓸 생각이 아니었다. 노무현의 이야기로 시나리오를 써볼 생각이었다. 그 터 작업으로 K에게 노무현에 대한 기억들을 모두 꺼내놓았다. 그는 그녀 기억의 신실한 청자였다. 그런데 이 책의 집필로 K와의 작업은 잠정 유예된다. 6 A Chapter for K자신의 청자였던 K라는 장치를 통해 작가 김수경은 노무현의 가장 내밀한 부분, 인간 노무현의 감성을 매우 미묘하고 섬세하게 드러내려고 한다. 노무현의 사랑,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랑이라는 인간 보편의 심상과 열망, 욕망의 진실을 그녀는 이 장을 빌어 사유한다. 노무현의 사랑은“그토록 거짓 없고, 뻔뻔할 정도로 솔직했던”그의 면모의 또 하나의 반영이다.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공개적으로 가진 검사와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실보다 더한 품위는 없습니다.” “진실보다 더 품위 있는 게 어디 있겠어?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노무현은 그가 누구에게 질문을 받으면 거짓말로 대답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런 인간이었거든.” 7 긴 여정 그리고 작별 “누군가와 함께 시간 속을 걸어간다는 것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몸짓으로 역사 속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는 폴 발레리의 제사로 시작하는 <내 친구 노무현>의 마지막 장은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두 사람이 일종의 합리적, 현실적 작별을 고해야만 하는 아이러니의 형상화다. 그런데 진짜 작별은 예기치 못한‘사건’으로, 비극으로 온다. 우리 한국 사회의 기억의 공유, 상처의 공유. “두 사람은 악수를 했다.-잘 계십시오.노무현이 가볍게 목례를 하고 먼저 방을 나갔다. 그녀는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렇다. 이 소설을 이 대목에서 멈출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국 사회가 한 정치인과 한 시인 사이의 우정을 이 정도에서 멈추도록 최소한의 배려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친구 노무현>이 아직 대통령으로서 공적 생활을 하지 않았던 노무현과의 사적인 만남들에 대한 기억들이라면 이어 나올 <이것은 소설이다>는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를 그린다. 진실이며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언론들에 의해서 작성된 기사 뉴스 등의 자료와 허구를 표방한 그녀의 글 사이의 간극에서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짚어볼 것이다. 이어 나올 <62세의 이혼>은 국가, 사회가 어떻게 한 개인의 인생에 내재화되어 어떻게 얼개를 만들어 현재의‘나’라는 존재로 와 있는지 묻는다. 그것은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현실적이고 존재론적인 문제에 대한 그녀 자신의 물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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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동어 (커버이미지)
    [문학]냉동어
    • 채만식
    • 유페이퍼
    • 201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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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 그리움과 바람 사이로 (커버이미지)
    [문학]너는 그리움과 바람 사이로
    • 이동한
    • 유페이퍼
    • 201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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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커버이미지)
    [문학]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10-19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지금 모습 그대로 너는 충분히 예쁘다반짝이는 오늘에 건네는 위로와 응원의 인사그렇게 꼭 잘하려고만/하지 않아도 된다//지금 모습 그대로 너는/충분히 예쁘고//가끔은 실수하고 서툴러도 너는/사랑스런 사람이란다- 「어린 벗에게」 중에서작고 사소해 보이는 주변의 모든 존재를 애정 가득한 눈으로 시에 담아온 풀꽃 시인 나태주의 신작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가 출간되었다. 힘든 시간을 지나 다시 반짝이는 오늘 앞에 선 우리에게 위로와 응원의 인사를 건네는 신작시 176편은 2020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하루에 한 편, 또는 일주일에 한 편씩 눈앞에서 독자들을 만나는 마음으로 꾹꾹 눌러쓴 시들이다. 난데없이 닥쳐온 코로나19로 인해 “너나없이 고달픈” 시간을 보내는 때, “하루하루 피차의 안식과 평화, 자그만 행복을” 빌며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들을 담아 매일 써 내려간 시들이다. “소망의 끈을 놓지 않”고 내일을 기다릴 수 있기를, 분명하게 빛나는 희망들이 이 시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참 멀리까지” 온 인생, “사막 같은 인생길 앞에서 막막하던 날들”을 지나고 시인은 “어린 날, 다시 젊은 날”의 아픔을 돌아본다. “가난하고, 춥고, 그립고, 안타깝고, 따분하”던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길”. “이제는 적막한 마음”으로, 지금 그 길 위에 서 있는 이들의 오늘을 격려하고자 한다. “지상에서의 힘들지만 아름답고 서러운” 날들 모두 “여전히 반짝이는 날이고 숨 가쁘도록 벅찬 날”이라고, 부디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하며 “우리 웃는 얼굴로 만나”자고, 시인은 명랑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그래도 괜찮아’는 오늘에 대한 감사와 내일에 대한 기대를, 2부 ‘너무 애쓰지 마라’는 인생이라는 고달픈 여행길에서 힘이 되어주는 ‘너’라는 존재들을, 3부 ‘지금도 좋아’는 이어령 선생, 동명 스님, 계룡산의 도예가 부부 등 시인이 삶에서 마주쳐온 이들에게 느꼈던 존중과 경의를, 4부 ‘천천히 가자’는 일상의 성찰과 따뜻한 세상을 위한 사랑의 실천을 이야기한다. 세계적인 중국 일러스트레이터 ‘오아물 루(Oamul lu)’가 표지 그림을 그렸다.“우리는 앞으로 얼마 동안이런 날 이런 저녁을 함께할 것인가!”오늘 하루도 네가 있어 좋았다내일은 너를 만나는 날/너를 만나는 그곳이 천국이 되고/네가 또 천사가 아닐까?/오늘부터 나는 천국을 살고/천사를 만난다.- 「내일」 중에서시인은 고달픈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너’라는 존재들에 관해 항상 이야기해왔다.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아낌없는 사랑”의 온기가 “날마다 아침이 오는 까닭이” 되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이유가 된다. “잠시 생각만 해도 가슴에 조그만 등불이 켜”지는 ‘너’를 향한 사랑이 “다시 일어설” 힘이 되는 것이다. “내일을 또 기약할” 수 있게 해주는 이들에게 시인은 고개를 조아리며 “고마운 마음 가슴에 안아본다.” “함께한 시간 깊고 그윽했기에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시인은 그들이 “오래 함께 우리와 있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 살맛이 조금씩 돌아”온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되고 함께 울어주고 싶은 사람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은 그 자체로서 눈부신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충만한” 것이기에, 우리로 하여 서로를 “더욱 겸허하고” “너그럽고 섬세하고 친절하”게 한다. 코로나19로 힘든 지금, 우리는 서로 “등을 기대고 안아주지도 못”하지만 반드시 “좋아지는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우리의 일상을 지켜야 한다. “오늘은 비록 내 마음 시무룩하지만 머지않아 널 만나는 날” “조그만 이름 모를 새들처럼 나도야 기뻐서 지절거릴 것이다.”“분명 우리가 만날 날이 오기는 올 것이”라고, 초롱한 “마음 잘 간직하며 기다리”는 이 “하루하루가 최선의 날이고 순간순간이 그야말로 금쪽이”다. 시인은 “별일 없지요?”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는 일상도 “생각해보면 참 눈물겨운 곡절이”라며 감동한다. 영원하지 않기에 더 아름답고 감사한 것들. “언제까지 그 인사가 이어지기나 할 것인지”! 이토록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생”이기에 우리는 “오직 유일무이한 한 번뿐인” 이번 생을 “진저리 치도록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고, 시인의 다정한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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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 나태주 시집 (커버이미지)
    [문학]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 나태주 시집
    •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02-21

    풀꽃 시인 나태주 등단 50주년 기념 신작 시집‘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단 세 구절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풀꽃」의 나태주 시인이 새 시집을 낸다. 시인이 그동안 써온 시들을 엄선하여 독자들에게 건넬 만한 온전한 진심을 추려낸 결과물이다. 더구나 이번 시집은 시인의 50년 시력을 기념하는 시집이라서 더더욱 뜻깊다. 여기에 따뜻한 터치로 자연의 미묘한 색감과 생명력을 표현해오고 있는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오아물 루(Oamul Lu)의 작품이 표지 전체를 감싸며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서정성 짙은 오아물 루의 그림은 시인의 따사롭고 아늑한 감성적인 시 세계로 독자들을 한껏 끌어당긴다.1971년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니, 2020년은 시인이 등단한 지 햇수로 꼬박 오십 년째다. 그의 오십 년 창작 생활이 저 세 구절로 다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길고 깊다는 것이 절실히 느껴진다. 이번 시집은 1부 신작 시 100편, 2부 독자들이 사랑하는 애송 시(대표 시) 49편, 3부 나태주 시인이 사랑하는 시 65편으로 구성됐다. 사람들의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지는 그의 시가 이번에는 반세기의 내공을 함축하여 시와 삶을 모두 훑는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다.등단 오십 년에 맞춰 발간하는 시집이라서일까. 유달리 더 담백하면서도 더 농밀한 시어들이 가득하다. 나태주 시인 특유의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그대로 배어나는 동시에 웅숭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애착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살피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겸손한 긍정과 겸허한 감성이 그의 시 세계 곳곳에 별자리처럼 수놓아져 있다.쓸쓸해져서야보이는 풍경이 있다버림받은 마음일 때에만들리는 소리가 있다힘들고 지치고 고달픈 날들너도 부디 나와 함께인생은 ‘고행’이 아니라여행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구나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어가는 인생이라는 여행, 그 여행길에서 만난 빛나는 찰나들을 시에 담다이번 시집은 시인이 그동안 써온 시들을 단순히 모아놓은 것이 아니다. 시를 선별하여 시인의 지난 반세기 시력(詩歷)을 간추려놓은 모종의 자서전적인 시집이다. 물론 자서전적인 성격이 어느 한 사람의 시인에게만 해당하는 표현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진정성을 담은 시로 이름 높은 나태주 시인의 시 쓰기에서 이러한 자서전적인 요소는 더더욱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인생으로도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닌 오십 년의 긴 세월을 오롯이 응축시켜냈기 때문이다.이것은 단순히 시간적인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문제, 즉 밀도의 문제이다. 나태주 시인이 난해하고 복잡한 언어와 긴 분량으로 시를 쓰지 않고 간결하고 단순한 언어와 짧은 분량으로 시를 써온 까닭도 여기 있다. 삶의 내력을 구구절절 다 읊어내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순간을 순정한 말 몇 마디로 그리는, 생의 하이라이트를 뽑아내는 것이다. 아름다운 하이라이트들이 살아 숨 쉬는 인생이야말로 진정 ‘여행’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사랑하는 너와 함께”여야 한다고 시인은 강조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꾸준히 함께,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걸어가기를 당부하는 이 시집은, 생의 빛나는 찰나들을 담아낸 하이라이트로 눈부신 필름에 가까울 것이다.고행에서 여행으로! 움직이는 순간마다 진심을 다하는 삶, 무소유의 시 세계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을 흐르는 움직임으로 바라본다. 이는 ‘너’라는 절대적 대상과 발 맞춰 걷는 이 인생을 ‘여행’이라고 빗댄, 쉽고 간결한 은유에서도 드러난다. 사람들이 고달프고 지치고 힘들다고, 심지어는 “내다 버리고 싶다고까지” 불평하는 인생,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인생을, 시인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여행’으로 바꾸어 말한다. 인생을 고통과 불행으로 가득한 것으로 보지 않고 사랑과 인간애로 가득한 것으로 봄으로써, 고행에서 여행으로 승화시킨 것이다.인생은 고행이다! 그렇게/말하는 사람들 있다/우리 여기서 ‘고행’이란 말/여행이란 말로 한번 바꾸어보자//(중략)//힘들고 지치고 고달픈 날들/너도 부디 나와 함께/여행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구나/지구 여행 잘 마치고 지구를 떠나자꾸나.―「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가벼이 지나치면 대책 없는 긍정처럼 비쳐질 수 있는 이 제안은, 시인 특유의 생활적인 리듬에서 비롯된 것이다.예전엔 방 안에 들어앉아/골똘히 생각하며 시를 썼는데/이제는 움직이며 시 쓰기//(중략)//시의 행간에 바람의 숨소리가 끼어들고/구름의 미소가 스며들고/나무의 출렁임이 기웃거린다//시가 훨씬 세상과 가까워졌다고/사람들하고도 친해졌다고―「움직이며 시 쓰기」스스로 방구석에 웅크려 자폐적인 시를 쓰던 젊은 날을 지나, 이제는 움직이며 시를 쓴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혼자만의 언어로 시를 쓰는 것을 넘어서, 사람도 만나고 바람과 구름을 지나쳐 나무를 매만지며 쓰는 소통의 언어로 발돋움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움직이는 걸음걸이로 살아가는 삶이 진정으로 유의미하다는 것을 시인은 역설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시간과 공간마저 잊어버린 폐쇄적인 망각의 유배생활을 경계하는 것이다. 동시에 현재의 삶이 가진 무게와 가치를 알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기를 권유하는 곡진한 목소리이다.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순간’의 무게를 중요하게 여긴다. 자기 자신만을 집착하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보살피고 자연을 아낄 줄 아는 측은지심의 넓은 마음으로 현재의 순간순간에 주목하라고 권유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영원을 약속하며 사랑하기보다는, ‘지금 여기(Now+Here)’를 상징하는 오늘에 더 몰두하며 한순간이라도 진심으로 사랑하기를 권고한다. 사실 그러한 방식이야말로 영원까지 이어갈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인은 오늘이라는 현재를 잘 살아감으로써 영원이라는 불가능을 꿈꾸는 아름다운 역설을 노래한다.오늘까지/너를 생각하고/지금 이 순간만은/온전하고도 슬프게/너를 사랑할 수 있다고/자신 있게 말한다―「사랑의 방식」저기 꽃이 있구나/예쁜 꽃이 있구나/그렇게 바라보면서/나도 꽃이 되고/예쁜 사람이/되기만 하면 된다//(중략)//내 집으로까지/데리고 올 까닭은 없다//그러는 순간/그 모든 것들은/이미 죽은 목숨이 되고/심지어는 쓰레기가 되기도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주유천하」진심을 다해 오늘 사랑한다면 영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신념은, 소유하지 않아야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확장된다. 자신이 가지려 하고 또 갖게 되는 때부터 자신의 탐욕에 더럽혀져 본질을 상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소유하지 않으려는 청빈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소유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봐 주는 눈길의 사랑, “자세히 보아야 하”고 “오래 보아야 하”는 무소유의 사랑이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나’를 비우고 버려서 얻는 온전한 ‘나’그 환희의 순간들을 담아낸 축복의 시어들‘무소유의 소유’야말로 시인이 반백 년 시 쓰기로 일궈낸 고된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먼저 자신을 지우고 비우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른바 ‘버림’의 미학을 닦아낸다. 자신의 안에 끼어든 욕망과 번뇌와 부정으로 인해 자신이 비뚤어질 수 있다는, 인생의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진리를 깨닫고 그것을 바탕으로 마음을 수양하는 자세를 얻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시인의 자세는 내면의 성숙을 위한 가부좌(跏趺坐)와 같아 보인다. 흡사 불상(佛象)의 “껍질”과 닮아있다고 할까?멀리서 웃고 있는 흰 구름을 버린다/(중략)/담 밑에 피어 있는/일년초 풀꽃도 버린다/귀기울여 듣던/물소리 새소리/풀벌레 울음소리도/버린다/아낌없이 버린다/그리하여 나도 버린다/껍질만 남고자 한다―「껍질」지고지순하고 참된 진리가 내면에 깃들려면 먼저 내면을 가득 채운 허무맹랑하고 욕된 부정을 버려야 한다. 시인은 “흰 구름”이며 “일년초 풀꽃”, “물소리”, “새소리”, “풀벌레 울음소리”까지 일상의 도처에 즐비한 자연의 대상물조차 사람들이 ‘소유’하려고 애쓰는 대상임을 지적한다. 소유한 적 없는 이 자연물조차도 소유한 것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인간의 교만을 꿰뚫어보며, 시인은 이것들까지도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처럼 “아낌없이 버린” 이후에야 비로소 ‘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늙지 말고 가거라/어디든 가거라//(중략)//네가 되거라 네가 되고 싶은 오로지 네가 되거라―「어머니의 축원」시인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빌려 “네가 되거라”라고 축원한다. 집착과 강박에 사로잡힌 모든 그릇된 마음가짐을 버리고, 그런 마음가짐을 가졌던 나 자신까지 버려야만 온전한 ‘나’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리고 시인은 그러한 ‘버림’의 미학을 실천한 이후에 다른 무엇도 되지 말고 어디든 가서 ‘나’ 자신이 되기를 권고한다. 사람들이 다른 잘난 것에 자신을 투영하면 스스로 그것이 되기를 욕망하기 십상이다. 그 때문에 자신의 고유한 특징과 장점을 스스로 버리고 남이 되거나 심지어 남도 나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기 일쑤이다. 시인은 이처럼 굴절된 범속한 욕망을 경계하라고 경고한다. 그 경고는 나 자신을 “함부로 주지 말”라는 메시지로 더욱 선명해진다.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아무것에게나 함부로 맡기지 말아라//(중략)//부디 무가치하고 무익한 것들에게/자기를 맡기지 말아라―「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화려한 네온사인은 사실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다. 그저 네온사인이 광고하는 것에 속은 인간들이 자신의 욕망에 의해 비추어진 환상의 빛일 뿐이다. 실체는 아무것도 아닌 빛의 덩어리에 불과하다. 시인은 이러한 사물들의 무가치성을 까발리면서 그것들을 부러워하다가 가장 중요한 ‘자기’를 함부로 내주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이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 이정표는 길고 고단한 과정이지만 동시에 고유한 ‘나’로 거듭나는 환희의 순간들이다. 시인은 이 환희의 순간들을 온전하고 솔직한 사랑으로 맞이하기를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겸손한 긍정과 겸허한 감성으로 독자들을 감동시켰던 시인은, 자신의 반세기 시력을 그러모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토록 진솔한 목소리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었던 것은 장구하고도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것이다.따뜻하고 사려 깊은 시편과 온화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그림 같은 시와 시적인 그림이 이루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시인의 언어가 오아물 루의 그림과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세계적인 감성 일러스트레이터의 풋풋하면서도 온화한 붓 터치가 사람들의 마음을 절묘하게 움직여왔는데, 그 근간에는 시적인 여백미가 숨어 있다. 나태주 시인은 침묵에 가까우리만치 잔잔하면서 간결한 시어를 추구해왔고 또 그것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왔다. 그러한 시인의 시를 ‘생동의 세계’라고 불러도 좋다면, 오아물 루의 그림은 시인의 시가 ‘생동’하는 배경으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나태주 시인의 시가 짤막한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한 폭의 감명 깊은 그림을 번지게 했다는 점에서 오아물 루의 시적인 그림과 만난 이번 시집은 더욱 뜻깊다. 커버 안쪽에 그림 같은 시편들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시적인 오아물 루의 그림이 담겨 있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크나큰 선물일 것이다. 오아물 루의 다정하고 포근한 화풍에 시인의 사려 깊은 시어가 독자들의 마음을 더없이 아름다운 울림으로 두근거리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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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글자의 힘 - 동서양 인문고전에서 찾는 사자성어의 지혜 (커버이미지)
    [문학]네 글자의 힘 - 동서양 인문고전에서 찾는 사자성어의 지혜
    • 신동기 지음
    • 티핑포인트
    • 2015-10-11

    고사성어의 현대적 재해석!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문고전의 지혜를 ‘네 글자’로 만나다!지난 연말 <교수신문>은 2014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정했다. 단 네 글자로 천태만상의 한 해를 간결하고 선명하게 표현했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여러 기관과 기업 등에서도 나름의 목표나 슬로건을 사자성어로 함축해 깔끔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전달하곤 한다. 아무리 좋은 말과 탁월한 지혜라 해도 표현이 길고 장황해지면 전달 효과가 줄어들기 쉽다. 이때 촌철살인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사자성어를 동원하면 짧고 분명한 표현이 가능해지고 주목도도 배가시킬 수 있다. 사자성어는 언어구사에 있어 압축과 절제, 비유와 은유의 수단으로 단연 으뜸이다. 그런데 사자성어를 다룬 기존 책들은 주로 의미 풀이와 탄생 배경에 치중한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한문에 익숙하지 않거나 고전과 친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저 또 하나의 고전이 되기 쉽다. 《네 글자의 힘》은 사자성어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해, 독자들이 좀 더 현실감 있게 그 의미를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지침이 될 법한 선현들의 지혜도 되새겨볼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대학》의 8조목 중 뒤 4조목을 큰 틀로 잡고 동서양 인문고전을 근거로 삼아, 현실에 가장 부합하고 도움이 될 만한 사자성어 100개를 추려냈다. 1장 ‘평천하’에는 오늘날 국가와 정치, 권력자의 리더십이 갖는 의의와 바람직한 사회상을 함축한 30개의 사자성어를 담아냈다. 방위산업 비리와 부정부패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고위직 청문회, 본질을 망각한 듯한 정치권의 행태 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즘, 국가와 사회 측면에서 고민하고 추구할 만한 내용을 정리했다. 2장 ‘치국’에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전쟁 하에 기업들이 생존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법한 사자성어 30개를 수록했고, 3장 ‘제가’에서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가족 형태와 관계 속 부부와 부모자녀의 의미와 역할 등을 살펴보는 한편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가족의 본질을 환기시켰다. 마지막으로 1장 ‘수신’에는 개인 측면에서 염두에 둘 만한 사자성어들을 정리해, 혼란스럽고 불투명한 현실 속에서 길라잡이로 삼을 만한 내용을 담아냈다. 매일같이 각종 정보가 쏟아지고 140글자 또는 단 몇 초 내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심플한 형태, 강력한 어필력과 오래 지속되는 울림이 있는 사자성어의 효용과 힘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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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이웃을 알지어다 (커버이미지)
    [문학]네 이웃을 알지어다
    • 엘리자벳 R. 루이스
    • 유페이퍼
    • 201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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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예구 나와 23인의 노예 1 - 만화 (커버이미지)
    [문학]노예구 나와 23인의 노예 1 - 만화
    • 오카다 신이치 원작, 오오이시 히로토 지음, 이승원 옮김
    • 에이케이(AK)
    • 201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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